
양 볼 가득 넣고 오물오물 먹는 어린 자녀의 모습은 그 자체가 대견하고 예쁘며 먹지 않아도 배부르다고 느끼게 합니다.
그러나 안 먹는 음식이 너무 많고 하루종일 먹이는 것과의 전쟁을 치러야 하고, 먹지 않겠다고 제 손으로 입을 막는 아이의 모습은 아무리 엄마라도 지치게 하지요.
한창 크기위해 영양 많은 식사를 잘 해야하는 때에 간신히 한 두입 먹는 등 양이 부족하면 평균 키나 체격에 비해 작지는 않을까 그저 걱정만이 앞서게 됩니다.
서양의학은 이러한 증상에 대하여 별다른 방법이 없는 실정이나, 오래전부터 소아 식욕부진을 다뤄온 한의학에서는 오랜 기간 경험이 누적되어 왔습니다.
오늘은 소아에게 자주 관찰되는 식욕부진에 대해 그동안 알기 힘들었던 내용을 공유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식욕과 관련된 호르몬
전 생애에 걸쳐 가지는 본능적인 식욕은 뇌의 시상하부(hypothalamus)에서 식욕중추(섭식중추와 만복중추)로 작동되는데, 대개 위장관과 관련있는 20여 개의 주요 위장관호르몬을 분비하게 합니다.
1)몸과 뇌 가운데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렙틴은 지방세포(adipocytes)에서 일차적으로 생성되는 체중과 체지방을 조절하는 호르몬으로, 시상하부의 수용체와 결합하여 작용하며 혈중 렙틴치는 총 체지방량에 의해 결정됩니다.
충분한 섭취 후 음식 섭취를 중단하게하고 에너지 소비를 증가시키는 역할을 하여 체지방량을 정상으로 되돌리는 작용을 하는데, 식욕부진으로 밥을 잘 못 먹었던 아이는 렙틴 양이 높은 상태를 유지합니다.
2)신경펩티드 Y(neuropetide Y, NPY)는 중추신경계의 시상하부에 있고 36개의 아미노산으로 구성되었으며, 식욕을 올려주는 기능을 합니다.
섭식행동을 장기적으로 조절하는데, 신경펩타이드Y의 양이 줄어들게 되면 곧 식욕부진인 것입니다.
3)식욕유발 위장관호르몬인 그렐린은 식욕을 항진시키며 28개의 아미노산으로 구성된 호르몬입니다.
식후 20분가량 지나면 체내 농도는 급격히 낮아지고, 성장호르몬 방출을 촉진하기도 합니다.
공복감 조절을 통해 에너지 항상성에 기여하고, 미주신경을 활성시켜 위산을 분비하고 췌장의 외분비 및 내분비 기능을 수행하게 합니다.
4)가스트린이라는 호르몬은 위(stomach)의 말단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특히 위산 분비에 큰 역할을 하고, 위 점막의 건강 유지에도 역할을 합니다.
수치 불균형은 관련 질환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5)모틸린 호르몬의 기능은 22개의 아미노산으로 구성된 펩타이드로서 위와 장을 수축시키고 신경펩타이드Y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단기적으로 식욕을 올립니다.
6)오렉신(orexin)은 시상하부와 뉴런, 장, 위, 췌장 세포에서 분비되어 허기가 지면 분비가 늘고 포만감을 느끼면 줄어들며 수면과 각성주기, 특히 렘수면과 밀접하게 관련있습니다.

식욕부진의 진단기준
영유아의 정신건강과 발달장애 진단을 위해 발행된 [DC-0-5 영유아기 정신건강 및 발달장애 진단분류]에서 소아에게 아래와 같은 증상을 보인다면 식욕부진이 있다고 확인합니다.
A)1개월 이상 나이 또래에서 먹는 양보다 너무 적게 먹음.
B)부적응 행동을 보이는 식습관- 1개 이상: 음식에 흥미를 잃어버린 상태, 이유가 없는 거식증, 보호자와의 상호 작용에는 강한 관심, 잠들기 직전에 먹으려 함, 구토에 대한 걱정으로 싫어하는 음식은 먹지 않음, 너무 많은 간식으로 막상 식사때에는 먹지 않음, 맛이나 감촉 또는 냄새 때문에 특정음식을 거부, 씹는 것을 싫어함.
C)소아의 음식에 대한 흥미 없음이 외상 혹은 기저질환으로 인한것이 아님.
D)식욕부진으로 생성된 주변의 어려움-1개 이상: 소아의 고통스러움, 보호자 또한 스트레스를 받음, 저신장 또는 발달 지연이 있음, 연령에 비춰본 성장값에 미치지 못함.
먹는 것에 별 관심이 없고, 식사시간에 딴청 피우며 식탁에 앉으려 하지 않고, 군것질과 간식을 자주 찾으며, 속이 답답함 또는 설사 등의 걱정으로 편식을 하며 챙겨 먹여도 체중이 잘 늘지 않습니다.
밥 먹는것이 무섭다고 우는 아이의 경우 아이 본인이 알아차리기는 어려우나, 식후 전후에 더부룩함, 포만감, 소화장애등 소화기계 증상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으며 골밀도가 감소할 수 있습니다.
편식이 심하면 성장에 요구되는 영양을 제대로 공급받지 못하고 면역력도 낮아지며 결국 성장장애나 발달지연이 올 수 있는 경우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유병률
시기나 주체에 따라 유병률 차이가 있으나 학령기 이전은 약14%에서 많게는 50%, 학령기 아동의 7~27%이며 초등 입학전의 소아에게서 높은 빈도를 보입니다.
새로운 이유식을 시작하는 단계에 문제가 있거나, 음식을 스스로 먹는 단계에서 보이기 시작하며, 농촌보다는 주로 도시에서 유병률이 높고, 주변에서 간식을 많이 줄 때 잘 나타납니다.
금방 알아차릴 만큼 증상이 보이는것이 아니라 점차적으로 밥을 먹지 않으려 들며, 계절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확실하지 않으나 여름에 증상이 더 나빠집니다.
식욕부진이 오기전에
아이가 건강하게 자라는데 올바른 식습관과 식이관리가 매우 중요하며 부족하지 않은 영양을 위해 보호자의 도움이 중요합니다.
1) 식습관에 관한 지나치지 않은 관심: 식사에 대해 적당한 개입은 할 수 있으나 무조건 식사를 강요하거나 혼을 내면 아이가 긴장하거나 아이는 음식을 거절하게됩니다.
2) 방해요소 제거: 다른 가족들이 밥 먹을 때 같이 먹지 않으면 보호자의 입장에서 식사시간이 너무 길어지고 식욕호르몬의 수치도 점점 낮아지기 때문에, 식사와 관계 없는 행위- 다른 곳에 집중하는 행동은 피하도록 합니다.
3) 가족과의 교감을 돕는 식탁의자 사용: 음식, 식탁, 가족과의 거리가 멀면 대화도 멀어지고 받을 수 있는 자극도 감소되어 관심 또한 떨어지기 쉬워지고 식사 시간과 공간에 대한 개념도 옅어져 식사에 대한 주의력이 매우 감소하게 됩니다.
4) 식사 시간은 즐겁다라는 긍정적인 인식: 식사에서 가족과의 유대감을 확인할 수 있는데 보호자가 항상 우울해보이는 분위기는 아이도 바로 느낄수가 있고, 부모와 불안정한 애착으로 식사 자체를 기피하게 될 수 있습니다.
5) 규칙적이고 일정한 시간: 정해진 시간 내에 밥을 먹도록 하는데 부모가 희망하는 만큼 먹지 않았더라도 식사 시간은 30분 이상 지속되지 않도록 모두 치워 가족과 함께 밥 먹는 습관을 들입니다.
6) 나이에 적당한 음식: 좋아할만한 유행 캐릭터의 예쁜 식기도 마련해보고 즐겁운 식사를 유도하며, 흘리고 미숙하더라도 야단치지 않습니다.
모두에게 기분 좋은 시간이 되도록 하고, 단맛의 간식을 식간에 주어서는 안되고, 아이가 초등학교 시기까지 노력이 필요합니다.
식욕부진의 일반적 개선법
기저질환이 존재하지 않는 식욕부진 증상에 대하여 아직까지 명확한 방법은 없으며 임시방편의 처방이 많습니다.
평소 밥을 잘 먹지 않는 소아가 오심, 구토, 소화불량 증세를 보이는 경우에 보편적인 대증법으로는 비타민, 무기질 보충제등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식욕촉진을 기대하며 복용하는 경구용 약품인 트레스탄 제제는 포만감을 줄여 밥을 더 먹을 수 있게 한다고 알려져있으나, 음식이 더 맛있어지는 것은 아니고 졸음이나, 어지러움증이 있을수 있으며, 소아를 대상으로 하는 임상시험을 한 적이 없어 소아에 대한 적응증은 삭제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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